경주 불국사에 위치한 석가탑과 다보탑은 신라 불교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석탑으로, 한국 석조 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불국사는 신라 시대에 창건된 대표적인 불교 사찰로, 석가탑과 다보탑은 8세기 중반 경 신라 경덕왕(재위 742~765년) 시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두 석탑은 신라 불교의 조형적 아름다움과 철학적 깊이를 담고 있으며, 서로 대조적인 형식미를 통해 불교적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석가탑은 단순하고 정제된 미감을 자랑하는 반면, 다보탑은 화려하고 복잡한 구조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현재 두 탑은 국보 제21호(석가탑)와 국보 제20호(다보탑)로 지정되어 있으며, 불국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1. 불국사의 역사와 석탑의 배경
불국사는 신라 문무왕(재위 661~681년) 때 처음 창건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의 불국사와 석가탑·다보탑은 신라 경덕왕 시기에 재건되었다. 불국사는 신라 불교의 이상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세워졌으며, 대웅전 앞에 자리한 두 석탑은 불교 경전에서 말하는 석가모니와 다보여래의 법화신앙을 상징한다. 《법화경》에 따르면, 석가모니가 설법할 때 다보여래가 거대한 탑과 함께 나타나 법을 증명했다고 하며, 이를 형상화한 것이 바로 석가탑과 다보탑이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불국사의 석탑들은 불교의 교리를 건축적으로 표현한 중요한 유물로 평가된다.
2. 석가탑 – 단순미의 극치
석가탑(정식 명칭: 무영탑)은 신라 석탑의 전형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높이 10.4미터의 삼층석탑이다. 이 석탑은 단순하면서도 정제된 비례미를 자랑하며, 신라 석탑의 기본 양식을 따르고 있다. 기단은 이중 구조로 되어 있으며, 그 위에 세 개의 탑신이 올려져 있다. 탑신은 점차 위로 갈수록 크기가 작아지며, 균형미를 이루고 있다. 상륜부에는 노반, 복발, 보륜 등이 존재했으나, 현재는 일부가 유실된 상태이다. 석가탑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1966년 해체 수리 과정에서 내부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로, 신라 불교의 수준 높은 인쇄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또한, 석가탑은 조형적으로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한국 석탑의 미학적 정수를 담고 있다. 이 석탑은 화려함보다는 안정감과 단순미를 강조하며, 신라 불교 예술의 정교한 조형 감각을 나타낸다.
3. 다보탑 – 화려한 조형미
다보탑은 석가탑과 달리 매우 독창적인 형태를 지닌 석탑으로, 높이 10.4미터에 달하며 화려한 장식 요소와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인 삼층석탑의 형태를 따르는 석가탑과는 달리, 다보탑은 대칭적인 기하학적 구성과 섬세한 조각 요소를 통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단에는 사자상이 배치되어 있으며, 네 개의 계단이 사방으로 뻗어 있다. 중앙부에는 팔각형의 기둥이 세워져 있으며, 탑의 상부에는 다보여래를 상징하는 구조물이 위치해 있다. 다보탑의 이러한 독특한 구조는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다보여래의 법화신앙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다보여래는 석가모니가 설법할 때 거대한 보탑 속에서 등장하여 법을 증명했다고 하며, 다보탑은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다보탑은 한국 석탑 중 유일하게 난간과 계단이 존재하는 구조를 가지며, 이는 불교적 이상 세계로 향하는 길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다보탑의 조각 요소들은 신라 불교 조각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며, 건축과 예술이 결합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4. 현대에서의 의미와 보존을 위한 노력
석가탑과 다보탑은 현재까지도 한국 불교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재로 남아 있으며, 많은 방문객들이 찾는 대표적인 유적지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두 석탑은 자연적인 풍화와 훼손의 위험에 노출되었으며, 이에 따라 보존 및 복원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1966년 석가탑 해체 수리 과정에서 내부 유물이 발견된 이후, 탑의 보존과 연구가 더욱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과학적인 분석과 보존 기술을 활용하여 석탑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으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석가탑과 다보탑은 단순한 문화재가 아니라, 한국 불교의 정신과 미학이 담긴 소중한 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이 두 석탑이 보여주는 상반된 조형미는 불교 사상의 다양성과 조화의 가치를 상징하며, 신라 시대의 높은 예술적 수준을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로 남아 있다.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은 한국 석조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재로, 신라 불교의 깊은 철학과 예술적 감각을 담고 있다. 석가탑은 단순하면서도 정제된 아름다움을 통해 불교의 심오한 가르침을 표현하며, 다보탑은 화려한 조형미와 독창적인 구조로 불국정토의 이상을 구현하고 있다. 이 두 석탑은 조화와 대비를 통해 불교적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걸작으로,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앞으로도 석가탑과 다보탑은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서 보존되고 연구되며, 신라 불교 예술의 가치가 널리 전해질 것이다.